산업단지.
산단.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이 단어는 그저 공장이 모여 있는 곳 정도의 의미였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며 보이는 굴뚝과 공장, 커다란 물류창고.
누군가는 일하는 공간이겠지만,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정책 해커톤.
처음에는 산업통상자원부 프로젝트였다.
지역과 산업단지를 주제로 진행된 프로젝트에 비주얼 라이터로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산업단지라는 공간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춘계학술대회.
시고르청춘.
충남마을미디어포럼.
마지막으로 부산까지.
돌이켜보면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았던 경험들이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왜 사람들은 지역을 살리려고 할까?'
그리고 그 질문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왜 정부는 낡은 산업단지에 이렇게 많은 예산과 시간을 투자하는 걸까?
지역,로컬,청년,문화!
사실 처음부터 이런 궁금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서비스비즈니스 수업이 끝난 어느 날이었다.
교수님께서 수업을 마무리하시며 말씀하셨다.
"산업단지 정책 해커톤에서 비주얼 라이터로 함께할 학생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
비주얼 라이터.
정책 해커톤.
둘 다 처음 듣는 단어였다.
서비스디자인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지만 해커톤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은 없었고, 비주얼 라이터라는 역할도 생소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건 평소에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현장이겠다.'
집으로 돌아온 뒤 하루 정도 고민했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2박 3일 일정을 비우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결국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2박3일간의 여정동안의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며칠 뒤 답장이 왔다.
참여가 가능하다는 연락과 함께 한국디자인진흥원 담당자와 연결되었다.
담당자분은 해커톤의 목적과 일정, 비주얼 라이터가 맡게 될 역할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그 설명을 들으면서도 사실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정책 해커톤?'
'비주얼 라이터?'
'산업단지를 주제로 아이디어를 만든다고?'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예전에는 아동미술학원을 운영했다.
아이들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복잡한 내용을 쉽게 시각화하는 일은 오랫동안 해왔던 일이었다.
그래서 '비주얼 라이터'라는 역할 자체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산업단지를 전혀 모르는데 괜찮을까?'
이 질문 하나를 안고 나는 첫 사전회의를 기다리며 비주얼라이터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면 좋은지 자료도 찾고 연습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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